
일본 금융청(FSA)이 가상자산(암호화폐)에 대한 세제와 규제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다. 이번 개편에는 가상자산 소득세율을 단일화하는 방안과 함께,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 도입을 허용하는 법 개정이 포함됐다.
가상자산 전문매체 비인크립토의 23일(현지시간) 보도에 따르면, 금융청은 현재 최대 50%까지 적용되는 누진세 과세 대신 주식·채권과 같은 금융상품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. 새 제도에서는 수익에 대해 20% 단일 세율이 적용되며, 손실 발생분은 최대 3년간 이월 공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. 당국은 2026 회계연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.
또 다른 변화는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한 가상자산의 금융상품 분류다. 이 조치가 시행되면 일본 내에서는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해 다양한 가상자산 ETF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. 전문가들은 이 제도 변화가 투자자에게 규제된 시장 환경에서 안전하게 가상자산에 접근할 기회를 열어주고, 결과적으로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.
일본 내 투자심리도 점차 변화하는 모습이다. 노무라증권과 레이저디지털(Laser Digital)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, 일본 기관투자자의 약 54%가 향후 3년 내 가상자산 투자 의향을 갖고 있으며, 평균 2~5% 수준의 자산 배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.
반면 개인 투자자의 참여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. 코넬 비트코인 클럽 자료에 따르면, 일본인의 88%가 비트코인을 보유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. 금융청은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, 가계가 가상자산을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.
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일본 정부의 ‘신(新) 자본주의’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.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을 이끌고, 모든 계층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 설명이다.